[계약이행의 당위성에 대하여]

philosophical memo / 2026-07-05

계약이 과정의 공정성을 전제한다면 당위성의 성립이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 자발적인 신의계약을 통해 정해진 규약들은 계약당사자의 행위가 규약에 합치되도록 상호적인 권리, 의무 관계를 설정하고, 그 관계 속에서 각 행위가 가지는 계약상의 제도적 당위성을 부여한다. 여기서 슈티르너의 계약이행의 당위성에 관한 이론(異論)은 당위성을 논함에 있어 그 주체를 계약으로부터 개인에게 잘못 영사(projection)했기 때문이다. 계약불이행 패널티에 대한 공포와 같은 정념은 행위의 내적 동기일 뿐 행위 그 자체를 강제하지 않기에 계약이행에의 도덕적 당위성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과정의 공정성이 개인에게 초월적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으나, 만인(계약당사자의 전체집합)의 자발적 동의에 의해 성립한 신의계약이라면 정당성 일반이 아닌 계약내부에서의 행위평가에 대한 기준으로서의 규범적 정당성의 표준이 될 수 있고, 과정에 속하는 내용에 대한 계약으로써의 당위성을 도출해낼 수 있다.

계약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자유이나 현대에 와서 계약이행을 강제하는 주권자(개인 혹은 공동체) 가 있을때 계약의 당위성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그 패널티의 온전한 수용을 뜻하므로 실용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다수에게 선호되는 행위라고 할 수 없을 뿐더러 약속, 책임 과같은 관점에서 보았을때 거래, 빚 과 같은 장기적 협력관계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계약이행의 당위성에 대한 반론은 형이상학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계약에 내재된 협력질서로서의 행위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패널티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계약의 당위성은 절대적 명령이 아니라, 공정한 절차에 의해 형성된 관계 내부의 규범적 기준으로 성립한 상대적인 기준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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